즐거운 밀리터리ㆍ아웃도어 세상
전술적 일상을 추구하는 요원들을 위한
Plumbum의 전술 논평
Plum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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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5 12: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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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3
이전 편에서 소개한 폭스나이프 벌피스와 같은 폴딩나이프형 멀티툴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만, 폴딩나이프형 멀티툴을 비롯하여 사람 손에 쥐고 쓰는 단순한 구조의 소도구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도구의 수행능력이 사용자의 악력, 완력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의지하는 다양한 기물들은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을 아득히 넘어서는 기계와 장치로 이루어져 있다.
일터에 출근하기 위해 탄 자동차나 전철, 승강기, 자동문 속에서 조용히 돌아가는 벨트와 기어, 모터, 엔진, 배관 등이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하나같이 묵직한 출력과 비례한 무게를 자랑하며, 이들을 유지시키는 결합 부위의 부품들은 맨손으로 감히 죄거나 풀 수 없이 강력하다.
여기에서 플라이어형 멀티툴의 존재의의가 빛을 발한다. 사람이 타고난 악력, 완력을 배가시키는 지렛대 원리의 도구는 질기고 강력한 기계의 부품을 다룰 일이 많은 현대의 환경에서 ‘강철 손가락’이 되어준다.
EDC에 관심이 있는 요원들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플라이어형 멀티툴의 대명사, ‘레더맨Leatherman’은 이와 같이 사람이 기계와 설비에 의지하는 현대 인류의 삶의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1975년, 미국인 공학자 ‘팀 레더맨Tim Leatherman’은 아내와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적은 예산으로 강행한 저가 유럽 여행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저렴하게 구한 중고 피아트 자동차는 운행 중 갖은 문제를 일으켰고, 그나마 휴식을 제공해야 했을 숙소 또한 값싼 곳으로 잡는 탓에 배관에서 물이 새곤 하였다.
▲ 팀 레더맨과 유럽 여행용 중고차 피아트 600, 1975년.
말썽 많은 피아트 사 자동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플라이어형 멀티툴을 탄생시키는 공을 세운다(?).
그나마 팀에게는 본인이 지닌 오리건 주립대학 기계공학과 출신으로서의 전문지식과 주머니 속 작은 폴딩나이프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눈과 머리로 기계의 문제와 해결책을 진단해도 도구와 손의 한계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다. 차력사가 아닌 이상 설비의 배관, 나사 등을 맨손 혹은 폴딩나이프 따위로 잡아 휘거나 비틀 수는 없지 않은가.
레더맨 부부는 그렇게 기억에 길이 남을(?) 유럽 여행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왔다. 여정에서 이전의 폴딩나이프형 멀티툴의 한계를 절실히 체감한 팀은 경험을 거울 삼아 자택의 차고에서 리벳과 철판, 기성품 공구의 일부를 잘라 접붙여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멀티툴의 개발에 착수했다.
엉망진창 유럽 일주로부터 울분과 추억이 어린 시제품, 레더맨 PST의 시작이었다.
▲ 레더맨의 초창기 PST를 재현한 35주년 기념 복각 모델.
왼쪽 손잡이에는 상품의 풀네임인 POCKET SURVIVAL TOOL이, 오른쪽 손잡이에는 팀 레더맨의 친필 서명이 각인되어 있다.
레더맨 PST는 1980년대 당시 신생 레더맨의 출시와 시장화, 홍보에 대성공을 거둔 개국 공신이자 플라이어형 멀티툴의 1세대 아이템이 되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EDC의 카테고리, 플라이어형 멀티툴의 등장에 처음 세상의 반응은 생소하고도 미적지근했다. 전문성 강한 개별 도구들을 취급하던 공구 취급업체는 아기자기한 공구들이 손바닥만한 크기에 접혀 꿰인 부채 같은 물건을 소꿉놀이 장난감처럼 여겼고, 다른 소매업체들도 기존의 상품분류가 통하지 않는 이색적인 물건의 시장성을 의심하며 판매를 머뭇거린 탓이었다.
그나마 단 한 곳, 낚시용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아웃도어용품점 ‘카벨라스Cabela’s’는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선박 등 기계와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아웃도어의 섭리를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특히 낚시용품점 출신으로서 낚시바늘을 안전하고 강한 힘으로 잡아 뺄 휴대용 플라이어에 목말라 있었다. 카벨라스는 레더맨의 PST를 최초로 받아들이며 판매를 시작한다.
카벨라스의 예상이 옳았음은 금방 드러났다. 레더맨이 카탈로그에 오르자마자 아웃도어 고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있었고, 곧 레더맨은 한 해동안 30,000개의 PST를 납품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1983년의 일이었다.
▲ 2006년에 판매된 레더맨-카벨라스 한정판.
생산처인 레더맨과 판매처인 카벨라스의 밀월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하다.
앞서 소개한 PST 35주년 기념 복각 모델 또한 카벨라스를 통하여 북미권에 판매되었다.
레더맨에서도 1983년 카벨라스가 판로의 시발점을 제공한 역사를 귀중히 여기고 있다는 반증.
절호의 기회로부터 여세를 몰아간 레더맨은 이후로도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 목적, 활동에 맞는 상품군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산업 종사자, EOD 대원, 응급구조사 등 고전문성 직군을 염두에 둔 제품부터 일상 생활의 편의와 심미성을 도모한 제품까지 일일이 짚으며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으나, 이 글의 지면이 우려되어 이하에 특징적인 제품 일부만을 추려둔다.
▲ 레더맨 크런치(1999~2023)
누가 봐도 산업용으로 극한까지 치달은 멀티툴. 멀티툴에 플라이어를 넣은 게 아니라 플라이어에 멀티툴이 들어갔다.
가분수처럼 거대한 바이스 플라이어에 현혹되면 곤란하다. 이래뵈도 무려 15개의 기능을 내장한 산업 전문 모델.
▲ 레더맨 OHT (2012~2022)
One-Handed Tool 이라는 말답게 두손을 쓰지 않고 한손으로 플라이어를 전개할 수 있는 기능이 숨어있다.
EOD 대원, 화공약품 취급기사 등 방호장비를 온몸에 걸쳐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특수직종을 위한 편의.
▲ 레더맨 랩터 레스큐(2013~현재)
(상품 링크 : /app/product/detail/142626/0)
구급대원의 가위에 착안한 멀티툴. 가위 관절 가운데의 정삼각형 단추를 눌러 잠금을 해제하고 가위 날을 돌려 접을 수 있다.
환부를 가리는 옷을 잘라내는 가위 외에도 요구조자를 구해내는 차창 파쇄, 안전벨트 절단, 장신구 절단, 산소통 밸브 렌치 기능이 숨어있다.
▲ 레더맨 MUT (2010~현재)
총기에 친숙한 사용자를 겨냥한 레더맨의 총기류 정비 특화 멀티툴. 이름부터 Military Utility Tool 의 약자다.
AR-15의 총몸 결합 핀을 밀어내는 막대와 별렌치, 가늠쇠 영점 조절 도구, 탄매를 긁어내는 송곳(금색)이 포함되어 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금색 송곳은 동 소재. 총열의 재질인 철보다 무른 금속이어야 총기 내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 레더맨 비스타 (2006~2009)
플라이어를 대체한 전지가위에서 보이듯, 이번에는 농업이다.
작업용 장갑을 염두에 두어 각 기능들을 잡아 끌어내는 홈과 그립이 대형화되었다.
요원들이 어떤 분야의 종사자로서 전문성을 지녔을지는 감히 짐작하기 힘드나, 일상에서도 편의와 효용을 구하려는 폭넓은 전술의 영역에서 레더맨 제품을 구하는 요원들에게 필자는 이하의 것을 지체 없이 권하고자 한다.
▲ 레더맨 스켈레툴 CX
(상품 링크 : /app/product/detail/142635/0)
레더맨 스켈레툴 CX는 앞서 소개한 레더맨의 전문성 강한 특징적 제품들과 정반대의 성격을 보여준다. 두 자릿수 되는 풍부한 도구들의 군집도 없고, 손아귀에 꽉 차는 크기의 물건도 아니기 때문이다. 접을 수 있는 플라이어를 제외하면 ‘레더맨답지 않다’는 혹평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간소하다.
여기에는 지난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레더맨이 마주해 오던 멀티툴의 모순에 대한 뼈저린 고찰이 서려있다. 바로 멀티툴은 ‘강철 샌드위치’와 같다는 점이다.
다기능성에 취해 남들이 좋다는 것들을 이것저것 채워넣다 보면, 강철 샌드위치는 점점 속이 부풀어 두껍고 무거워진다.
그리고 멀티툴은 사용자 곁의 대부분을 주머니에서 보낸다. 두툼한 강철 샌드위치가 주머니 안에서 주인의 바지춤을 잡아끄는 것을 누가 좋아할까.
주머니 친화적인 물건이 되지 못한다면 누구에게도 휴대될 수 없다. 이것은 모든 멀티툴의 사주이자 팔자다.
레더맨은 앞선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기능과 휴대의 충돌이라는 난제에 고민하며 그 균형점을 찾았다. 그것은 사람의 맨손이 해낼 수 없는 기능 3가지만을 챙겨 가볍고 얇게 배열하는 방법이었다.
레더맨 스켈레툴은 플라이어와 폴딩나이프, 드라이버의 3가지를 선정하였다.
각각 쇠도 잡아 비틀 악력 증폭기와 상황을 불문하고 범용성 넓은 칼날, 일상 기물들의 무수한 접점인 나사를 견고히 조일 도구들로, 모두 실생활에 흔히 요구되면서 사람의 손이 해낼 수 없는 과업을 대신할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여기에 비대칭 곡선으로 그립을 비스듬히 나누어 뻣뻣한 공구 같은 직선적 디자인을 피하고, 골조의 곳곳에 구멍을 뚫어 묵직한 연장 같은 시각적 질량감을 환기시켰다. 공구통에서 갓 꺼내온 철물의 느낌을 버린 레더맨 계의 ‘프레피 룩’이라 하겠다.
휴대와 편의, 가점으로 사용자의 개성과 매력까지 챙겨주는 마성의 멀티툴은 성별과 세대, 직종을 불문하고 인기를 누리며 2007년 출시부터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다. 오히려 전문성이 강조되며 기능 수에 비례한 무게와 부피를 자랑했던 수많은 모델들이 단종당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EDC의 개념을 이해하는 요원들이라면 이전부터 레더맨의 명성을 꾸준히 들어봤으리라. 그 명성을 알면서도 직접 주머니에 챙기기에는 공구 같은 무게와 부피에 망설이고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주머니 친화적 레더맨의 담백한 맛의 플라이어형 멀티툴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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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3-05-08